전세계 소매치기 경험담 (2) - 바르셀로나 첫날밤

영국에서 열심히 모은 돈으로 사하라를 가기위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첫날
바르셀로나의 그 유명하고도 악명 높은 해안으로 갔다.
민박집에서 만나 다른 일본인들이 바르셀로나 해안은 위험하다며 자신들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속으로 부산와서 해운대를 안가는 격이라 생각하며 혼자 해안에 갔다.
해안은 당연히 아름다웠다. 아니 해안가에 모래 사장에 있는 미녀들이 더 아름다웠지...
방파재에 갔더니 어느 커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해변에선 어떤 물고기가 낚일까? 구경을 하니 커플이 알아 듣지 못하는 스페인어로 반갑게 나를 맞이하며 고기도 보여주고 친절히 와인 한잔을 따라 주었다. 와인은 와인병에 든것이 아니라 팩에 든 싸구려 와인 이었지만 술도 좋아하고 바다도 좋아하고 분위기도 좋고 거절하는것이 예의도 아니고 해서 고맙게 마셨다. 내가 꿀꺽 잘 마시니 그들은 와인을 한잔 더 주었다. 거저주면 꾸중물도 마신다는데 또 마셨다. 이번엔 와인이 모자란지 와인에다 콜라까지 섞어 주길래 또 마셨다.
그리고 같이 수영을 하고 해변에 나오니 아줌마가 모래사장에 옷까지 깔라 주면서 좀 자라고 했다.
와인도 마시고 수영까지 같이 하니 졸렸다.
푹~~~아주 푹~~잤다.
자고나니 머리가 아팠다. 몇시인지 모르나 밤이 아주 깊었다.
내 주위엔 아무도 없고 근처에 있던 토플레스 미녀들도 없고 나만 혼자 바닷가에 자고 있었다.
내가 배고 자던 내 돈가방도 그대로 있고 바닥에 깔려 있던 옷도 그대로 있고 바다도 갈매기도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몇분도 안되어 돈가방 안에 있던 약 400만원치의 프랑스프랑과 200만원치의 여행자 수표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내가 왜 그리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서아프리카와 사하라 지역은 신용카드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고 난 일년동안 사하라를 여행할 계획 이었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또 경찰서도 갔다.
경찰서에선 취한 놈이라고 취급도 안해 준다.
결국 밀려서 쫏겨 나기만 했다.
민박집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다시 잤다.
그렇게 끝났다. 돈이야 잃어 버려 아까워 땅을 치며 후회 했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망칠 수야 없지...여행자 수표야 재발급 받으면 되고 신용카드에 남은 돈이 있으니 그걸로 어떻게든 여행이야 할 수 있겠지 하며 술한잔 또 마시고 잊어 버리기로 했다.
-내가 400만원 잃어버리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것 처럼 이야기 하는건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내가 그 돈을 2년동안 어떻게 번것인지를 이야기 하자면 눈물이 앞을가려 이 글을 쓸 수가 없을것이다.
그렇다고 그 돈 때문에 매우 슬퍼한 것도 아니다.
2년동안 내가 번 돈은 사하라 여행을 위한 것이었고 돈이 없다고 해서 사하라에 못갈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돈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사하라 여행이 더 중요했다.
내가 다른 이유로 사하라를 가지 못하게 되었더라면 난 아마 더 소중한것을 잃어 버린것보다 더 슬퍼했을 것이다.
돈은 여행에 있어서 좀더 많은 편의를 제공할 뿐이지 돈이 적다고 해서 여행 자체를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일년의 여행계획이 반년으로 줄었고 루트도 변경이 되었지만 여행을 포기할 생각은 단 한번도 한적이 없으며 여행 기간이 준것과 루트가 변경된 것도 돈이 모자랐기 때문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건 나 자신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모든것을 다 털어 버리기로 하고 기분을 refresh하기 위해 민박집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술한잔을 걸치고 다시 해변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돈을 잃어 버린것보다 더 수치스런 소매치기 한건을 경험한다.
-2부 시간날때 계속....


출처 : 프라하 여행자를 위한 프라하보헤미안하우스
http://www.prahabohem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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