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소매치기 경험담 (1) - 파리

2000년 1월 세계 일주의 꿈을 안고 시베리아를 건너 유럽을 건너 파리에 도착한 나는 말로만 듣던 개선문을 바라보며 샹제리제 거리를 콧노래 흥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환전소에서 약간의 돈을 환전하고 황단보도를 건널때 아랍인 두명의 발에 걸려 넘어질뻔 하였다.
내가 잘못한것은 아니지만 사과를 하는 것이 외국예법이니 "쏘리" 하면서 사과를 했는데 이 사람들이 다가와 왜 발을 거느냐며 화를 내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나는 미안하다고 하고 무시를 하곤 길을 건넜는데 계속 따라와선 "쥬도""쥬도"(유도란 뜻 같음)하며 나에 몸에 손을 대곤 유로를 하는 시늉을 하며 시비를 걸어왔다.
결국 내가 화가나 이 두사람을 뒷골목으로 데리고 와 한판 붙어 볼 생각으로 가방을 내려 놓고 싸우자고 하니 그땐 또 미안하다며 장난이었다고 했다. 가방을 다시 메고 갈생각을 하는데 다시 와 또 같은 방법으로 "쥬도""쥬도" 하며 유도 하는 시늉을 했다.
결국 나는 이사람들을 피할 생각으로 다른쪽으로 길을 건너 그냥 횡 하니 가버렸는데 다시 한놈이 뛰어와서 마지막으로 "쥬도"를 하며 흉내를 내곤 뒤통수에다 머라고 지껄이곤 웃으며 갔다.
5분도 안되어 자크가 달린 내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이 없어진것을 알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티켓도 신용카드도 없던 그 지갑속엔 나의 여행 경비 전부가 다 들어 있었다.
머리에 피가 꺼꾸로 솓아 혼자서 온갖욕을 다하며 그놈들을 잡을거라고 뛰어 갔지만 5분도 안되서 부질없는 짓이란걸 깨달았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에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잡아 타고 경찰서에 갔다.
신고를 하기 위해 기다리다 나의 점퍼 주머니에 지갑이 들어 있는걸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내가 지갑을 점퍼에 두곤 착각 한걸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보았지만
왠걸 그 지갑속에 돈은 하나도 없었다.
그 소매치기 놈들은 친절하게도 마지막 "쥬도"를 하며 빈지갑을 내 점퍼에다 넣어 준것이었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친절하다. 그런 수고를....
아무튼 하루치 방값을 내 놓아 일단 오늘 하루는 잘곳이 있긴하다만 내일 부턴 어디서 잘지 고민하며 호스텔까지 3시간을 걸어 왔다.
걸어오는 길에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잔돈으로 사과하나를 샀다.
씨까지 다 씹어 먹었다.
주위를 둘러 보니 사실 잘 곳이 많았다. 지하철역은 따뜻하고 넓고 많은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도미토리룸.
그 곳에 내 자리 하나를 마음속으로 예약을 해 두곤 호스텔로 돌아 왔다.

- 그 뒤로 지하철 호텔에서 잔건 파리가 아니라 4년 뒤 술에 취해 서울 시청
지하철역내 즉석사진 찍는 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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