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횡단기-프레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남아공 행정수도 프레토리아에서 경제중심지 요하네스버그를 지나 사법수도 블룸폰테인을 지나 입법수도 케이프타운까지.

-프레토리아

 

프레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N1의 길이는 약 1700킬로미터다. 차로 이동한다면 100킬로미터로 약 17시간이 걸린다. 하루만에 간다는 것은 미친 짓에 가깝고 그냥 이동만 해도 이틀은 걸린다고 보면된다. 중간 중간 볼거리도 접하고 밥도 먹고 쉬면서 간다면 하루 600킬로미터씩 약 2박3일간을 잡는 것이 좋다.

 

프레토리아는 도시정비가 잘된 도시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잘정비된 도시에 적합하게 자리잡혀있는데다가 아기자기해 살기에는 좋아 보였다. 행정수도답게 각종 기관들이 요하네스버그가 아닌 프레토리아에 몰려있다. 한국대사관도 있고 한국대사관옆에는 일본대사관이 있다. 남아공의 각종 회사 본사도 프레토리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작은 도시지만 그 위상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요하네스버그에서 프레토리아로 가는 길은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요하네스버그

 

일단 우리는 요하네스버그 공항근처 켐프턴공원 근처에서 숙소를 정했다. 차량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곳을 정했다.

우리나라의 서울같이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에서 가장 큰 도시다. 시내 중심가에는 사람들과 차들로 붐볐다. 높은 건물과 많은 사람으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서울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시내 중심부는 오래된 건물들과 거리마다 사람들도 활기가 찼다. 마치 영국 런던시내와 닮은 듯했다.

요하네스버그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월드컵을 앞두고 그런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극심한 실업난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여서 사실 범죄예방이 힘들다. 인근 짐바브웨같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위해 남아공으로 모여들어 실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추세다.

남아공 북쪽에 위치한 짐바브웨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극심해 돈이 발행되어도 몇일만에 가치가 하락해 결국 사용되지 못한 돈은 휴지조각으로 바뀌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돈을 벌기 위해 남아공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묵었던 숙소 직원도 그 중 한명이었다. 짐바브웨의 현재 사태를 범국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아공으로 내려온 한 말라위 대학생도 만났는데 짐바브웨를 위한 시위를 한다고 한다. 그는 키가 190센티미터가 넘을정도로 무척이나 컸는데 말라위 사람들은 키가 대체적으로 크다고 한다.

 

-한국식당과 한국슈퍼

 

요하네스버그의 번화가를 벗어나면 나무와 집들이 어우러져 한적한 거주지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주변에 몇 개의 부심이 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샌턴지역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지역이다. 이곳에 한국식당과 한국슈퍼가 있는데 규모가 엄청나다. 한국식품과 음식은 케이프타운보다 싸고 메뉴도 다양하다. 항상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조그마한 봉고차량에 십수명이 꽉 들어찬 미니버스와 웨건 뒷자리에 앉아 가는 사람들의 모습.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요하네스버그에는 흔한 광경이다. 차들은 기름을 바닥에 흘리고 가는지는 모르지만 거리마다 디젤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머플러에선 뿌연 매연이 화산연기처럼 뿜어져 나온다.

우연히 요하네스버그에서 빠져나오면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축구경기장을 만나게 됐다. 길을 잘못을 들어서 간 곳인데 이렇게 외진 곳에 경기장이 있다니. 월드컵때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요하네스버그를 벗어나니 소웨토가 나온다. 대규모 타운십 소웨토를 지나며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게 태어났는지를 잠시 생각하며 길게 이어진 타운십을 바라본다.

 

-타운십 투어? 방문!

 

남아공을 여행하면 '타운십 투어'라고 해서 소웨트 같이 흑인거주지역 등을 여행하는 코스가 있다. 그러나 사실 가난한 사람들을 보러 간다는 것을 투어라고 표현한다는 자체가 인종차별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투어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해서 수입이 들어온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타운십 투어라는 말보다 타운십 비지트라는 말을 쓰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생활을 체험하고 그들을 돕는 것은 좋지만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너무도 조용한 블룸폰테인

요하네스버그를 조금만 벗어나니 허허벌판이다. 집도 없고 산도 없는 그냥 길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면 블룸폰테인이라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그곳이 남아공의 사법수도다.

남아공의 3개 수도 중 하나지만 그래도 수도라면 큰 도시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블룸폰테인은 정말 작은 시골마을 같았다. 시내는 몇 블록만 가면 끝이 보일 정도로 자그마하다. 시내 중심가 쇼핑몰 앞 공터에 차를 세워서 밥 먹을 곳을 찾았는데 가격은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엄청나게 싸다.

사법수도면서 남아공에서 가장 치안이 좋다는 블룸폰테인. 그러나 여기도 거지들이 몰려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차에서 다시 타려고 하니 동전을 달라고 차문을 붙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마침 블룸폰테인에 도착한 날이 케이프타운에서 조추첨을 하는 날이어서 남아공 월드컵 옷을 입은 많은 시민들이 밖에 모여있었다. 워터프론트라는 곳이 가장 번화가라고 해서 갔는데 그냥 대형마트만 몇 개 있었다. 가이드북을 다시 살펴보니 볼게 없는 곳이라고 한다. 정말 볼 게 없는 곳이었다.

블룸폰테인에서 일단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라고 해서 가보니 별 3개짜리 호텔이었다. 가격은 3명이 500랜드, 였지만 아침없이 380랜드로 깎았다. 내부는 역시나 호텔 수준이었다. 방보다 더 넓은 욕실이 맘에 들어 바스를 한번 해줬다. 요하네스버그에서 1인당 60랜드에 잔 것에 비하면 좀 비싸긴 했다.

 

 

-멀긴 정말 멀다

 

아침에 일어나 또다시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케이프타운까지 남은 거리는 약 1060킬로미터. 한국에 있을 때 서울에서 전남 창평까지 왕복으로 운전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도 힘이 무지하게 들었다. 아마 왕복 800킬로미터 이상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승용차라 엄청나게 밟으며 갔는데 이번에는 랜드로버 디펜더다. 덩치도 큰놈이라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리 빨리 밟지도 못했다.

이차로 앞으로 1000킬로미터라니.

2시간에 한번정도는 쉬었다. 너무 피로하면 갈 수도 없으니. 끝없이 광활한 대지가 이어졌다. 이 생각 저 생각 다 떠올랐다. 우리처럼 케이프타운까지 차몰고 가는 미친놈들도 없을꺼야라고 생각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심각한 에이즈 문제

 

그러다 저녁무렵이 되자 한 시골 마을 리치몬드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정말 그냥 쉬다가는 마을이다. 30-40채로 이뤄진 마을에 주유소 하나, 레스토랑 1곳, 주점 1곳, 편의점 1곳, 게스트하우스는 8개가 전부다. 8곳 중 한 곳에서 숙박을 했다. 나이많은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줬다. 주인 아저씨가 이곳에 AIDS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자기도 이곳에 정착한지 몇 해되지 않는데 마을 주민 6명 중 1명이 AIDS라고 한다. 특히 주점에는 주말만되면 마을 젊은이들이 술만 마시고 난잡한 성생활을 해서 AIDS를 더 퍼뜨리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AIDS걸린 사람과 일하기 불안해서인지 게스트하우스 일을 노부부가 직접 해오고 있었다.

고속도로 옆 외진 마을이지만 손님들은 꽤많았다. 우리가 온 이후로도 여러차가 더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에 일찍 나서자며 후딱 챙겨 오전 8시에 나와보니 다른 차들은 이미 모두 떠난 뒤였다. 차 시동소리도 못들었는데 정말 빨리 나간듯했다.

우리도 뒤늦게 나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얼마나 갔을까. 마치 주라기공원 입구같았던 카루 국립공원 입구가 보이고, 공항 표지도 보였다. 공항표지가 보인 곳은 마치 유령마을 같았는데도 신기하게도 공항이 있다고 돼 있었다.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보는 듯한 신비한 산들을 지나 계속 달렸다. 바로 앞의 저산만 지나면 케이프타운이 보일 것같았지만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했다. 사막같은 산을 몇 개를 지나오니 이제 서서히 나무가 보였다. 포도밭이 보였고 옥수수밭이 보였다. 넓은 와인 밭을 보니 이곳이 와인루뜨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농작물을 짓는 곳도 많았다. 타운십도 몇 개를 지나 바다냄새 가득한 케이프타운에 드디어 도착했다.


*블로그 이동으로 기존 블로그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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